선택의 기로에 서있다는 것. 생각에 사로잡히다
2009.11.29 22:45 Edit
한 사람이 고유의 삶을 살아갈 때에, 그는 세상 속에서 하나의 '위치'를 갖고 살아갑니다. 이 '위치'는 자신의 노력에 의해 정해지는 경우도 있고, 다른사람에 의해 정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모두들 '위치'를 통해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게 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맡은 바 역할을 다하게 됩니다. '위치'가 정해지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굉장히 불행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자신의 존재자체에 대해 의문을 품게되고, 그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면 불행한 길을 선택할 수도 있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자신이 선택하는 것.'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다양한 선택의 갈래들을 만나게 됩니다. 점심식사 메뉴에서 부터, 내가 만날 친구들, 학교, 성적, 크게는 자신의 미래까지. 어떤 선택지의 경우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몇몇 선택지는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자신이 결정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게 됩니다. 그 대상이 친구일수도 있고. 연인, 선생님, 부모님, 신, 진로 지도자 등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이 모두를 포함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먼저 이러한 선택에 기로에 놓였던 사람들이 했었던 고민들을 들어보면서 '나'의 마음은 점점 확고해집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이야기 방향에 따라 통계를 내보기도 합니다. 어떤 방향이 보편적으로 맞는 방향인지, 이 사람은 왜 이런 얘기를 했을까, 이런 저런 고민들을 하면서 머리를 쥐어뜯기도 합니다.
내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는 요즘 나름대로 심각한 고민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진로'에 대한 문제입니다. 원래는 고등학생때 충분히 고민해봐야할 문제겠지만, 이래저래 시간만 보내고 이제서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다른사람들은 그런건 한 대학교 4학년쯤 되어서 고민해도 된다고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더군다나 제가 지금 갖고있는 생각과, 하고있는 일들,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말이죠.
저는 2009년 11월 29일 현재 K대학교 1학년 2학기에 재학중입니다. 전공은 '건축학'입니다. 미래에 하고자 하는 일은, 고등학생땐 '음향 엔지니어'(Sonic artist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더군요)였고, 현재는 전공과 관련해서 고민중에 있습니다. 전공, 전공이 지금 제겐 큰 문제입니다.
2008년 11월 13일에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같은해 12월 10일 성적표가 배부되었습니다. 저는 평소 모의고사를 칠 떄보다 성적이 잘나와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입시사이트에 성적을 입력하고, 배치표를 살펴보았습니다. 처음에 예상했던 학교들보단 높은 학교에 지원할 수 있었지만, 수능 변태응시자(*이과계열이면서 수리'나'형을 치룬 응시자를 지칭하는 은어)였기에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았습니다. 저는 컴퓨터를 좋아했고, 음향 엔지니어를 하려면 전기/기계 쪽을 배워두면 좋다는 현직 엔지니어분들의 의견을 따라 관련 학과를 알아보았습니다.
정시모집에 서울에 있는 S대학교(컴퓨터 공학쪽은 알아주는 곳입니다)의 컴퓨터 관련 학과와 H대학교(in Seoul이라는 이유로 Cut-line이 높습니다. 학교 자체 특색은 별로 없습니다)의 기계/전자 관련 학과 , 그리고 제가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학교였던 K대학교(캠퍼스) 건축학과에 지원하였습니다. S대학교와 H대학교는 바로 합격하였고, K대학교는 후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당시 순위가 꽤 뒷번호였기에, 저는 K대학교는 마음을 접고 S대학교에 등록금을 냈습니다. 원래 생각하고 있지도 않은 학과였고, 그저 '내가 어디까지 넣을 수 있을까'궁금해서 넣어본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족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K대학교라면 이름있는 학교이고, 건설업이 앞으로 다시금 일어서게 된다면(2008년 말, 세계 경제 악화와 더불어 건설업에도 큰 불황이 닥쳤었습니다) 취직도 금방 될 것이고, 소위 '돈 잘 버는 직업, 안정적인 직업'이 될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S대학교에 등록금을 납부하긴 했지만, 좀 더 기다려보자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뒤로 한 명, 두 명씩 빠지며 추가합겨자가 계속 발표되었고, 저는 어느정도 되자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가족들에게도 K대학교 합격은 불가능할거라고 말했습니다. 가족들은 못내 아쉬운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전 S대학교가 그쪽 분야는 알아주니 나도 배울게 많을거라고 말하며 가족들을 안심시키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추가발표를 거듭하던 K대학교였습니다. 8차까지 발표하고 나자, 저도 덜컥 합격해버렸습니다. 이후로 12차정도까지 가서 최종 마감됐으니, 거의 커트라인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솔직히 합격이 발표되고 '어 나도 붙었네?'하는 약간의 두근거림이 있긴 했지만, 그렇게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저는 S대학교에 갈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거든요. 가족들은 내가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꽤나 기뻐하였습니다. 지금은 건축업계가 불황이지만, 앞으로 주거공간과 같은 건축과 더불어 Design이 고려된 건축이 한창 일어날 것이니 미래가 있다는 얘기를 자주 꺼냈습니다. 저는 겉으론 '그런가요'하고 웃고 있었지만, 속으론 답답했습니다. '건축은 내가 그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길인데' 'K대라는 타이틀이 싫진 않지만' '내가 갈 길이랑은 다른데' 가족들은 제가 어려서부터 뭘 만들고 조립하는걸 좋아했다며 가서도 잘 할거라고 용기를 북돋워 줬습니다.
다들 제가 잘 되길 바라니까, 좋은 학교 가면 시설도 좋고 교수님도 좋고 주위 친구들도 좋을테니 대학생활도 좋겠지, 거기다가 건축학과 미래도 있는데 붙었으니 좋잖아? 하는 생각이었나봅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전 S대학교 등록 취소 신청을 하고, 반환된 등록금을 K대학교에 집어넣었습니다. 저는 이 선택에 대해 불안한 감도 있었지만, '그래도 배워두면 쓸데가 있겠지'라는 생각에 스스로 만족하려고 했습니다.
대학교에 막 들어와서 느낀 생각은 '뭔가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제게 '논스톱'과 같은 대학 이야기가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던건 아니지만, 강의실에 앉아서 강의를 듣고, 도서관이나 자신의 방 책상에 앉아 배운걸 복습하고, 예습하고, 시험을 치고, 그런 대학 생활이 제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건 컴퓨터관련이나 기계/전기도 비슷할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실험과 약간의 실기가 포함되겠지만요.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교양과목을 들어볼 수 있다는게 매력적인 대학생활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하지만 건축학과는 달랐습니다. 계속되는 답사와 조사, 그리고 Creative한 사고에서 나온 자신만의 Idea와 이를 형상화하는 작업들, 교수님들의 Critique, 모형 제작, 창의적 생각, 기존에 있는 것보다 좋게, 낫게, 창의적으로, 예술적인 감각을 살려서, 예쁘게, 문맥(Context)에 맞춰서, Client의 요구의 맞게, 실현 가능하게, 멋지게.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제가 쓸 수 있는 개인적인 시간들은 줄었고, 늘 '창의적 생각'으로 머릿속은 복잡했습니다. 1학기가 끝날무렵, 제게 남은거라곤 건물만 보면 분석하고 스스로의 관점에서 Critique하려고 하는 못된 습관이었습니다.
방학동안 저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긴 어디? 난 누구? 내가 그동안 했던 것들은 무엇이며, 나에게 남은건 무엇인가? 앞으로 이러한 작업들은 4년 반을 더 해야하는데? 앞으로 과제와 작업의 강도들은 더해만 갈텐데? 내가 이걸 계속 해야하나?
그리고 시작된 2학기. 한 학기동안 3개의 프로젝트. 졸업반에 비하면 별것 아닌 프로젝트이지만, 그로 인해 쌓이는 스트레스들. 풀리지 않는 과제. 과제를 핑계로 자주 함께하지 못하는 동아리 사람들, 교회 친구들. 쉬어도 쉬는것 같지 않고, 쉬어도 새로운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 시간들. 이러한 시간들은 보내며 머릿속의 의구심은 점점 커저만 갑니다. 내가 이걸 계속 해야하나? 한마디로 하기 싫습니다. 이건 제 대학생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생활이 사회에 나가서 설계사무소에 취직하고 나서도 계속된다니! 상상만해도 끔찍했습니다.
물론, 대학 생활이 싫다는건 아닙니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은 좋았습니다. 전국 각양 각지에서 올라온 사람들, 유쾌한 사람들, 부유한 사람들,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 선한 사람들, 믿음이 강한 사람들, 낙천적인 사람들… 내 마음에 드는 사람들과 들지 않는 사람들. 그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서울! 대한민국의 서울! 한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그곳에 가서 대한민국의 심장을 느껴보고, 대도시를 체험해보는것은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생활! 캠퍼스의 낭만은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낭만적인 것입니다. 강의와 과제, 교수님, 모두 소중한 추억이 될테니까요. 또한 저와 함께하게 된 제 여자친구. 이것은 정말 크고 소중한 만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것들은 제가 지금 배우고 있는 것과는 별개라고 봐야겠지요. 제가 다른 과에 간다고 캠퍼스에 활보하는 사람들이 몽땅 바뀌는건 아니니까요.
지금 제 심정은 이렇습니다.
12월 중순께 모든 과제와 수업이 끝나고 방학에 들어갈 것이고, 내년 1월부터 3월까지는 많은 일들이 있을것입니다. 저는 일들이 마무리되는 3월경 국가의 부름에 응해 군복무를 하러 갈 것입니다. 2년! 자그마치 2년이라는 긴 고민의 시간들이 주어질 것입니다. 다행히도 이 기간동안은 지금 하고있는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로지 하나님과 진지하게 대화하면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많은것들은 단순히 '참고사항'일 뿐입니다. 생각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솔직히 저는 세가지 선택을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하나는 전공을 바꿔서 남은 대학생활을 알차게 보내는것, 하나는 대학을 그만두고 일선에 뛰어드는 것, 나머지 하나는 건축학 공부를 계속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럽니다. "기왕 입학한거 끝은 보고 가라" "요즘 대학 안나오면 갈데 없다" "대학 안나와서 뭐 먹고살래" "너가 하고자하는 일이랑 전공이랑 잘 접목시키는 길을 찾아보거라" "공부할 기회는 두번 찾아오지 않는다" 물론 대학 교육을 마치고 나면 그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전 넓어진 선택의 폭이 제가 하고자 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굳이 '건축학'을 배우면서 그 폭을 넓히고 싶진 않습니다. 저는 건축에 관심있었던게 아니거든요.
제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Design적인 조화, 참신한 생각들은 적용하는 것, 기계의 움직임, 정교함, 프로그램의 응용, 기술적인 부분, 기계적 한 부분 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런 저에게 건축은 어렵습니다. 힘듭니다. "너만 힘든게 아니라 다들 똑같은데 뭘 그러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공부해서 그냥 설계사무소 들어가서 끊임없이 감리나 봐주고 남의 아이디어 비슷하게 베끼고, 그러고싶진 않습니다. 멋있게 베끼는것도 재주이겠습니다만('참고'라고 하지요), 글쎄요. 전 그럴바엔 차라리 회사에 다니는 샐러리맨과 다를게 무어냐고 질문하고 싶습니다.
"대학 나온사람 80%가 전공과는 무관한 일을 한다. 그러니 그런거에 너무 연연하지 마라." 전 이 말을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학력 높다고 좋아하지만 다 허빵이구나. 대학에서 배운게 진짜 하고싶은 거였는지, 사회에 진출해서 가진 직업이 정말 하고싶은 일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후자가 맞다면 대학 4년(혹은 5년, 6년, 그 이상)을 허투루 보낸게 아니겠습니까? 물론 한 번 배워둔건 두고두고 쓰일것이고, 배운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진정 하고싶은 일을 위해 새로이 시간을 투자하고, 새롭게 공부하고 그 일을 한다면, 대학 나온 이유가 무엇입니까? 남들 다 나오니까? 대학 나오지 않으면 기업에 지원서 쓰는데 불이익을 당해서입니까?
사람이 하고싶은 일을 모두 하면서 살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자신의 미래에대한 비전과 목표가 있다면,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주위 사람들의 추천, 의견에 따라, 내가 하고싶은 것은 아니지만 해놓으면 좋을것 같아서, 그냥 남들이 하니까 한다는 것은 방향이 어긋난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내 선택지의 '모범답안'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삶이란 '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겐 아직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그 시간을 견디고 나면 주위 사람들, 가족들도 제 의견을 존중해 주겠지요. 저도 어느정도 확고한 믿음이 자리잡아 있겠고요.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질문하고, 하나님께 답을 구하며 살아야겠습니다. 2년 후 선택의 그 순간에는 어떠한 후회도 남지 않게 하겠습니다. 전 제가 한 결정에는 웬만하면 후회하지 않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그 선택은 바로 '제 자신'이 한것이기 때문입니다. 제 의지와 판단력으로 한 결절이라면 잘못된 점을 feed-back할지언정,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2년, 2년! 그때에는 확고한 결정을 할 것입니다. 바로 제 인생이고 하나님께서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주실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